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맘마미아>의 공연을 앞두고 가장 많은 물음표가 달린 것은 아바의 노래를 순전히 우리말로 부른다고 했을 때, 원음과 가사가 얼마나 매끄럽게 어울릴지였다. 그리고 그 물음표를 속시원하게 풀어준 것은 <맘마미아>의 국내 연출을 맡은 연출가 한진섭(48)씨였다. <라이프> <갬블러> <렌트> 등 8개의 굵직굵직한 수입 뮤지컬을 연출한 그는 <맘마미아>에서 ‘우리말 가사’를 쓰고 다듬는 역할을 맡았다.
“일본에서도 현지어로 공연이 됐는데, 본래 일본어가 받침이 없다보니 운율을 살리는 게 몹시 힘들었다고 해요. 일본 관객들이 웃어야 할 장면에서 전혀 웃지 않아 영국 스태프들이 당황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무대에선 관객들의 술렁이는 호흡이 그대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뮤지컬의 오프닝곡이자 엔딩곡인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었죠.” 음원에 맞추려면 4·4조로 풀어내야 한다는 조건 속에서 동화나 환상과도 같은 믿음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는 노랫말의 뜻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밤을 꿈속에서도 고민한 끝에, 그는 결국 물길을 헤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대목(I have a dream, I’ll cross the stream)을 ‘믿는다면, 이뤄지죠’로 풀어냈다. 운율을 살리며 원곡의 느낌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숙제를 무난히 해결한 것이다.
수입 뮤지컬을 연출하면서도 가슴속 깊이 창작극의 의지를 품고 있는 한진섭씨는 이번에 외국 연출자·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며 “부럽기도 많이 부러웠고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한회 공연당 대관료만 수백만원씩 드는 예술의전당에서 일주일 넘게 프리뷰를 하거나 12주 이상 장기 공연하는 사례는 <맘마미아> 같은 대작이 아니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흥행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공연하는 것은 아직 우리 뮤지컬은 무리니까요.”
하지만 그는 “우리 식의 연출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는 확신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맘마미아>의 성공 여세를 몰아 창작극 바람도 불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그러나 열정적으로 10년째 머릿속을 맴도는 창작극 구상을 털어놓았다. “일제 때 의병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꼭 다루고 싶어요. 이국땅 카자흐스탄에 ‘국제 빨치산의 묘’라는 비명으로 외롭게 묻혀 있는 홍범도 장군의 삶을 남-북 합작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본래 정극에서 출발했고, 그 자신도 배우이던(텔레비전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을 비롯해 영화 <오아시스>와 <캣츠> 등 다수 뮤지컬에서 연기했다) 한진섭씨는 “요즘 들어 좋은 뮤지컬 배우들이 길러지고 있다”며 뮤지컬 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다.

본래 정극에서 출발했고, 그 자신도 배우이던(텔레비전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을 비롯해 영화 <오아시스>와 <캣츠> 등 다수 뮤지컬에서 연기했다) 한진섭씨는 “요즘 들어 좋은 뮤지컬 배우들이 길러지고 있다”며 뮤지컬 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