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갤러리가 기획한 ‘현대미술운동총서’]
영국 템스 강변의 공장지대 서더크에 있는 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본래 화력발전소였다. 수십년 동안 석탄을 때어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을 만들어내던 이곳은 2000년 5월 예술의 원동력을 생산해내는 기지로 변신했다.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동시대 젊은 예술인들을 후원하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또한 테이트 갤러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미술의 주요 흐름을 정리한 단행본 시리즈를 발간해 격변의 현대미술사를 정련된 시각으로 되짚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이트 갤러리의 총서 12권을 우리말로 옮긴 ‘현대미술운동총서’(신방흔 외 옮김, 열화당 펴냄, 각권 1만2천원)는 서구의 눈을 빌렸으나 균형 잡힌 태도가 살아 있는 미술 안내서다.
전시기획자·미술사학자·잡지 편집자 등이 집필한 이 연작물은 후기인상주의·큐비즘·표현주의·리얼리즘·모더니즘·추상미술·미래주의·미니멀리즘 등 각 시기 미술운동의 배경과 출현부터 주요 개념과 사상, 전개 과정 등을 일목요연하게 훑었다. 책이 비교적 얇지만(대부분 80쪽을 넘기지 않는다) 단순한 가이드북 이상이다. 단편적인 정보 전달과 소개에 그치지 않고 비평의 쟁점들을 나열하며 비판적 시선을 놓지 않았다. 가령 <모더니즘>은 미국에서 유행한 추상표현주의뿐 아니라, 리얼리즘적인 표현 속에서도 ‘모던’의 긴장을 놓지 않았던 마네나 마티스를 언급한다. 사회와 역사로부터의 독립을 외쳤던 모더니즘도 그 핵심은 사회적·물리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작가가 갖는 비판적 자의식을 표현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리얼리즘> 역시 쿠르베와 라파엘 전파를 중심으로 한 19세기 리얼리즘을 넘어 소비에트연방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1980년대의 슈퍼리얼리즘과 포토리얼리즘까지 확장시켜 기존 미술사의 시각을 넓혔다.
총서를 관통하는 또 다른 태도는 하나의 미술사조가 생성-발전-사멸하는 과정을 개별적으로 그려내지 않는 것이다. 다른 미술운동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또 그 위상은 어떠했는지를 밝힘으로써 변화의 윤곽을 잡아낸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그림을 실어 풍성한 도판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12권의 번역은 정헌이·박신의 등 강단과 전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학자들이 맡았다. 이 시리즈는 2005년 초에 <아르테 포베라> <추상표현주의>를 추가 발간함으로써 끝을 맺을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