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점선을 말한다- 삐딱한 시선의 영원한 자유인
김점선씨의 그림은 그의 글과 한몸이다. <나, 김점선>(1998년·깊은샘), <나는 성인용이야>(2003년·마음산책)와 같은 그의 수필집들은 단락을 관통하는 명쾌한 사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울고 웃게 만든다. 그의 캔버스 역시 단순한 색과 선명한 색채로 마음을 움직인다. 오리·말·호랑이 같은 동물들이 그 안에서 동화처럼 내달리고 생각하고 꿈을 꾼다. 어려서부터 사내아이처럼 몸집이 컸던 그는 지독한 독서광이었지만 시험에서 안 나올 것 같은 영어단어들만 밤새워 외우는 삐딱이였고, 대학시절 은사의 말에 따르면 ‘단군 이래 가장 크리에이티브가 넘치는 학생’이었다. 영화에서 시작한 그의 예술적 열망은 수십년 동안 그림으로 곧게 내달려 20여년 전 박여숙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로 거의 매년 개인전을 열어왔다. “젊을 때도 굶을 때도 아플 때도 그냥 그림을 그렸던” 김점선씨는 3년 전 갑자기 오십견이 찾아오는 바람에 붓을 내려놓아야 했으나, 2003년엔 물감과 붓 대신 마우스펜으로 그린 컴퓨터 그림을 선보여 다시 한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노숙자가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잠이 안 와 한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홑이불과 신문지를 덮고 잔다는 그는 보기 드문 ‘죄의식 가득 찬 자유인’이다.
연출가 한태숙을 말한다- 열정으로 뭉친 연극계 재주꾼
한태숙씨는 차분한 외모와 조심스러운 말투로도 숨길 수 없는 열정이 느껴진다.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됐던 그는 연극계에서 드물게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재주꾼이다. 그의 무대는 인간의 내면을 후벼 파는 심리묘사와 충격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찰나에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레이디 맥베스>는 범죄를 배후 조종한 뒤 죄의식에 몸부림치는 맥베스 부인을 소름 끼치는 광기로 묘사했고, <서안화차>는 동성애를 나눈 두 친구를 통해 가학과 피학, 집착과 소유욕의 문제를 되물었다. 일전에 한 연출노트에서 “내가 원래 악마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고, 무섭고 귀신스러운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것처럼, 그의 무대는 환상과 순수, 관능과 추함이 기묘하게 뒤엉키며 가슴속 저 밑바닥의 욕망을 펌프질해낸다. 이번에 무대에 올린 <19 그리고 80>은 80살 할머니와 19살 청년의 사랑 이야기로 한순간 꿈처럼 압축적인 무대와 박정자의 열연이 빛나는 무대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