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새/음/반- 3호선 버터플라이 <타임 테이블> 외

494
등록 : 2004-01-28 00:00 수정 :

크게 작게

3호선 버터플라이 <타임 테이블>

3호선 버터플라이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주제곡을 부르면서 ‘떴지만’, 유명세와는 관계없이 만만치 않은 실력과 내공으로도 주목할 만한 그룹이다. 시인이자 음악·문화평론가라는 몇개의 ‘직함’이 있는 문화 멀티 플레이어이며 밴드 토마토, 99 등에서 활약해온 리더격인 성기완(기타·보컬)과 90년대 최고의 인디 음반으로 꼽히는 <18일의 수요일>을 냈던 그룹 허클베리핀의 남상아(기타·보컬)와 김상우(드럼)을 중심으로 99년 결성된 이 밴드는 과장하지 않은 담담함과 솔직함으로, 나른한 듯 우울한 듯 또는 경쾌하게 이 세대의 일상과 생각들을 묘사한다. 멤버들이 지하철 3호선이 지나는 곳에 살았기 때문에 ‘3호선’이라는 말을 붙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는 또 다른 곳에 도달하고 싶은 꿈을 의미하는 ‘나비’를 더해 그룹 이름을 지었다는 이들은 인기 밴드가 되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으로서 음악을 하는 ‘영원한 인디’ 밴드이기를 원한다.

세 번째 음반인 <타임 테이블>에 이들은 15곡을 빽빽히 담았다. 멤버 6명이 고루 만들고 연주한 곡들마다 작사·작곡자 각각의 개성들이 묻어나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중성적인 보컬과 뛰어난 곡 만듦으로 유명한 남상아 외에도 여성 해금 연주자 휘루의 작품들이 두루 뛰어나다. 영화 <…ing>에 실렸던 <그녀에게>나 <안녕, 나의 눈부신 비행기> 등은 간결하면서도 찰랑거리는 매력이 있다.

성기완이 만든 <사랑은 어디에>나 <스물 아홉 문득>은 더없이 경쾌한 리듬 사이에 꼼꼼하게 음들을 수놓아가며 외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사랑을 복고풍으로 부드럽게 묘사한다. 드러머 김상우는 몹시 세련된 리듬의 와 장난스러운 <할머니가 피었어요>를 만들었다. ‘도시 속 젊은이’들의 희망과 절망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잘 만든 음악들이다. 파스텔뮤직.

오케판 흥보가


오케 흥보가는 일제 강점기의 막바지인 1941년에 발매된 판소리 전집으로 한국계 음반사인 오케레코드가 제작한 것이다. 박기홍·송만갑·김창룡·유성준·정정렬 등 판소리 5명창의 영향력이 쟁쟁하던 이 시기에 당시 떠오르던 스타였던 임방울과 이화중선을 음반의 주역으로 삼은 점과 오수암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소리꾼이 도창(리더 역할)과 놀부 역을 맡은 점이 특이하다. 이 음반이 그동안 그늘 속에 묻혀 있었던 것은 5명창이 참여하지 않았고, 음질이 그다지 좋지 못했으며, 오수암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오케 흥보가 완결판은 그간 판소리사의 숨은 명창 오수암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뜻깊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오수암(1908~45)은 16살 때 김창환의 아들 김봉학으로부터 소리를 배웠으며, 30대에 들어 목포·광주권번에서 소리선생을 하며 박초월 등을 가르쳤다고 전한다. 본래 임방울의 주도로 제작된 이 음반에서 오수암은 임방울 대신 도창을 맡아 임방울을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준다. 그의 소리는 정정렬의 떡목과도 같은 거친 수리성으로, 특히 슬픈 대목에 이르러 곡진한 표현이 뛰어나다. 또한 이 음반은 판소리 고수 대신 고악 반주를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여 당시 창극의 유행을 보여준다. 신나라뮤직.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