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과 종교가 사뭇 대조적인 성격의 분야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과학과 미신을 비교할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유명한 과학자들 가운데도 미신에 가까운 믿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면 어떨까? 그들도 결국 보통 사람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연약한 인간이라는 점을 알면 약간의 위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스티븐 호킹은 자신이 갈릴레이(1564∼1642)가 죽은 뒤 정확히 300년 만에 태어난 점에 대하여 신비로운 운명적 연결고리를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뉴턴(1642∼1727)이 갈릴레이, 아인슈타인(1879∼1955)은 맥스웰(1831∼79)이 죽은 해에 각각 태어난 것을 두고 앞선 천재가 할 일을 마치고 떠나면서 다른 천재를 탄생시켜 후계자로 이어가게 한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수학 분야에서 프랙탈(fractal)로 유명한 만델브로트(1924∼)도 선구자인 코흐(1870∼1924)에 이어 태어났다. 경제학에서도 마르크스(1818∼83)가 죽은 해에 근대 경제학의 2대 거봉인 케인스(1883∼1946)와 슘페터(1883∼1950)가 태어나 비슷한 의미의 신비로움을 전해준다.
호킹은 1960년대 초 불치의 루게릭(Lou Gehrig)병에 걸렸는데, 당시의 의학적 진단에 의하면 그의 여명은 겨우 2~3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기적과도 같이 그후 40년이 넘도록 생존해 있다. 영국왕립학회의 회원이며, 뉴턴과 디랙의 뒤를 이어 케임브리지대학의 ‘루카스 교수직’(Lucasian Professor of Mathematics)에 취임하는 등 그의 경력과 업적을 보면 우리 시대의 한 천재임이 분명한데, 이러한 그의 후계자가 천상에서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까닭일까?
미국의 한 과학잡지에 따르면 많은 과학자들이 일요일 예배에 참석한다. 그리하여 일주일에 닷새는 상식적으로 볼 때 종교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하루는 종교의 세계에 들어서는 생활을 심적으로 별다른 갈등 없이 잘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우리의 상식과 달리 과학과 종교 심지어 미신까지도 서로 어울리지 못할 본질적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점성술에서 천문학이 유래되었고 연금술에서 화학이 유래했듯, 과학과 종교의 뿌리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인생과 우주의 궁극적 근원을 찾고 그 신비로움을 추구해간다는 미래로의 방향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는 몇 가지 실제적인 예를 들어 생각해봤다. 하지만 과학철학에 관한 책들을 보면 과학과 종교간의 관계도 하나의 진지한 주제로 다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논의의 차원은 어떻든 대략의 내용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예견하는 바와 큰 차이가 없다. 과학과 종교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엄격한 판별 기준을 찾으려는 사람부터 어떤 분야든 그 근본에는 신념 체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넓은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요컨대 우리가 어떤 개념이나 현상을 볼 때, 조금 다르다고 해서 완전히 다르다거나 조금 같다고 해서 완전히 같다는 식의 조급한 결론을 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과 종교와 미신을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것으로 봐서도 안 되겠고 서로 혼동하지도 않을 올바른 관점을 찾아 꾸준히 가다듬어가야 한다.
고중숙 | 순천대학교 교수 · 이론화학 jsg@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 유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