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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책- <타인의 고통>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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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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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이후(02-3143-0905) 펴냄, 1만5천원

탁월한 예술평론가이자 작가이며 사회운동가인 지은이는 언론을 통해 매일 쏟아지는 전쟁과 기아의 참혹한 이미지를 새롭게 비판한다. 현실을 고발하려는 이런 ‘선정적인’ 이미지들이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무감각하게 여기게 하며, 끔찍하게 짖밟힌 유색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식민지 인종을 구경거리 삼았던 백인들의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안락한 삶이 타인의 고통 위에 서 있을지 모른다고 성찰하는 것이 이 함정을 피해가는 첫걸음이다.


내셔널리즘

강상중 지음, 임성모 옮김, 이산(02-334-2847) 펴냄, 1만2천원

재일 한국인이며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인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일본 우익 내셔널리즘의 핵심인 ‘국체(國體) 내셔널리즘’의 구조와 역사를 분석했다. ‘국체’란 천황제 등 국가적 상징을 통해 일본인들을 결집시키는 모호한, 그러나 효과적인 장치다. 지은이는 일본 패전 뒤에도 다양하게 변화하며 이어져온 ‘국체’가 최근 사회안정의 틀이 붕괴되어간다는 일본 사회의 위기감 속에서 일본 국민의 ‘접착제’로 부상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역사적 퇴행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피플 1 · 2

이진경 지음, 길찾기(02-2166-2653) 펴냄, 각권 9800원

한국 여성주의 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피플>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묶었다. 개성이 강한 그림으로 가부장사회 ‘주변인’들의 현실을 그린 이 작품은 주체적인 삶을 살려는 여성들의 공동체였던 가상의 도시 ‘시타운’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곳에는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가 목숨을 잃고 범죄에 희생되는 여성들이 있지만, 현실의 벽을 넘어 재능을 자유롭게 발휘하려는 여성들도 있다. 무대를 한국으로 옮긴 작가의 대표작 <사춘기>와 함께 읽을 만하다.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

정문길 외 3인 엮음, 문학과지성사(02-338-7222~3) 펴냄, 1만5천원

동아시아론은 최근 학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담론이 되었지만 도대체 ‘동아시아’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한·중·일·영국 학자들의 논문 11편을 묶은 이 책은 국가 패권주의와 국수적 민족주의를 넘어 소수자의 인권에 주목하는 평화로운 아시아 공동체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눈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중국성의 의미를 대만, 홍콩 등 ‘주변’ 지역과 소수민족의 시각에서 재조명하고, 오키나와·재일 한국인과 일본의 관계, 한국 사회의 화교 등을 살핀다.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

김학민 지음, 은행나무(02-3143-0651) 펴냄, 9200원

출판인이자 음식 칼럼니스트인 김학민씨가 <한겨레21>에 연재한 ‘음식 이야기’를 토대로 따뜻한 정과 문화·역사가 깃듯 음식과 맛집 이야기를 묶었다. 수십가지 산해진미로 차려낸 호남지방의 진수성찬은 탐관오리들이 이곳 민중들을 수탈한 유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하고, 제갈공명과 고려시대 쌍화점을 통해 만두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의 글은 음식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이라 할 만하다. 고급스럽게 치장한 유명 음식점이 아닌, 서민들의 음식 이야기가 구수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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