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작가 노희경 · 예랑의 힘으로 그 아성에 도전하는 새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천생연분>
수목드라마 경쟁에 불이 붙을까 ‘제2의 <올인>’이라 불리는 <천국의 계단>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 드라마 두편이 선보여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방송의 <꽃보다 아름다워>와 문화방송의 <천생연분>이 그것. 지난 1월1일 1·2회 연속방영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각각 12.0%, 9.5%(<꽃보다 아름다워>), 12.2%, 12.7%(<천생연분>)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2회분을 연속 방영한 <천국의 계단>이 39.7%, 42.4%(이상 TNS 미디어코리아 제공)로 방영 5주 만에 40%대의 고지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무척 저조한 수치다.
그러나 첫 방송이 나간 뒤 방송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꽃보다 아름다워>와 <천생연분>에 대해 호평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어 두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아옹다옹 콩가루 집안의 <꽃보다 아름다워>
두 드라마는 무엇보다 인기 작가들이 오랜만에 선보인 드라마로 관심을 모은다. 먼저 <꽃보다 아름다워>는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으로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된 비주류 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드라마를 만들어온 노 작가의 특징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꽃보다 아름다워>의 주제는 ‘가족’이다. 바람 잘 날 없는 ‘콩가루 집안’의 가족들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극 중 가족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엄마 이영자(고두심). 숫자만 간신히 알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식쟁이인 엄마는 처음 본 사람들이 조금 모자란다고 여길 정도로 천진하고 순박하다. 반면 아버지 김두칠(주현)은 남자로 태어난 게 벼슬인 양 혼자 위세 부리며 사는 인물. 평생 한량으로 살다가 급기야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서 늦둥이를 얻고도 당당하기만 하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3남매의 삶도 녹록지는 않다. 대형마트의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큰딸 미옥(배종옥)은 3년 동안 별거 중이던 남편과 이혼했고, 유능한 커리어우먼인 둘째 미수(한고은)는 매정한 성격으로 가족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막내아들 재수(김흥수)는 대책 없는 사고뭉치다. 사랑을 믿지 않던 미옥이 노총각 대학강사 영민(박상면)을 만나 마음이 흔들리고, 미수가 자신의 오빠 재식을 죽인 유부남 인철(김명민)과 사랑에 빠지는 등 이 집안에는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정말 큰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엄마가 치매에 걸려 정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노 작가는 ‘부모와 자식의 입장이 바뀔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가 치매’라고 말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자식이 돌보는 상황을 통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관계가 아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드라마는 ‘고아 드라마’라 불릴 정도로 부모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가족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를 노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게 가족이잖아요. 가족에 문제가 있으면 삶이 결코 편치 않아요. 그렇다고 ‘행복한 우리 집’을 그릴 생각은 없어요. 가족은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니까 서로 부대끼며 상처를 주고받는 게 당연하거든요. 그런 아픔을 함께 겪고 나서 나중에 세상을 떠날 때 ‘아, 즐거운 소풍이었다’고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가족의 모습을 그리려고 합니다.”
가족 전체, 나아가 등장인물 전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만큼 <꽃보다 아름다워>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이것은 탄탄한 대본에 바탕을 둔 노 작가 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로 시청률 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자칫 극의 분위기가 어두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출연배우들의 호연과 현실적이고 진솔한 극 전개에 찬사를 보내는 시청자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꽃보다 아름다워>에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노희경 드라마는 시청률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릴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있을 법할 불륜 <천생연분>
<천생연분>은 <꽃보다 아름다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코믹 멜로물이다. 연상녀·연하남 부부가 서로 맞바람을 피우며 묘하게 부부관계를 유지해가는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낸다. 극 중 황종희(황신혜)와 김석구(안재욱)는 나이 차이가 다섯살인 부부. 남동생 종혁(권오중)의 친구인 은행 직원 석구와 결혼할 때 종희는 연하 남자와 결혼하는 능력 있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고 좋아한다. 석구 역시 나이는 많지만 부잣집 딸인데다 날씬하고 예쁜 스튜어디스와 결혼한다는 사실에 행복해한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석구 때문에 돈에 쪼들리게 된 종희는 점점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어가고, 그 모습에 질린 석구는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이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인생을 찾기로 한 종희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홈쇼핑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사장과 맞바람을 피우게 된다. 종희가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자 오히려 석구는 종희를 놓치는 것을 아까워하게 된다.
<천생연분>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많은 비판을 받는 ‘불륜’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불륜’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부부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있을 법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 와중에 코믹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해 극을 발랄하게 끌어가는 것도 장점. 실제로 시청자 게시판에는 “실제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코미디보다 더 재밌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종희의 캐릭터. 남동생의 트렁크 팬티를 반바지로 입거나 아무데서나 가스를 분출하는() 등 이번 드라마를 통해 확실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황신혜의 열연은 유쾌한 웃음을 안겨준다.
그러나 종희의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데는 무엇보다 예랑 작가의 힘이 크다. <마지막 전쟁> <여자만세> <맹가네 전성시대> 등을 집필한 예랑 작가는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밝고 경쾌하게 그림으로써 희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천생연분>에서도 여성의 입장에서 부부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돋보일 예정. 또한 노처녀에서 가정주부가 되었다가 다시 재취업에 성공해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종희의 모습을 통해 당당한 여성상도 그려낸다. 지난해 방송된 <앞집 여자>에 이어 <천생연분>이 남녀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환기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새롭게 수목드라마 경쟁에 합류한 두 드라마가 <천국의 계단>의 아성에 얼마나 흠집을 낼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천국의 계단>이 진부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지금, 일관된 작품 색깔을 지켜온 작가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두 드라마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기대해본다.
피소현 기자 | 스카이라이프 plavel@hani.co.kr

두 드라마는 무엇보다 인기 작가들이 오랜만에 선보인 드라마로 관심을 모은다. 먼저 <꽃보다 아름다워>는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으로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된 비주류 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드라마를 만들어온 노 작가의 특징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꽃보다 아름다워>의 주제는 ‘가족’이다. 바람 잘 날 없는 ‘콩가루 집안’의 가족들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극 중 가족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엄마 이영자(고두심). 숫자만 간신히 알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식쟁이인 엄마는 처음 본 사람들이 조금 모자란다고 여길 정도로 천진하고 순박하다. 반면 아버지 김두칠(주현)은 남자로 태어난 게 벼슬인 양 혼자 위세 부리며 사는 인물. 평생 한량으로 살다가 급기야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서 늦둥이를 얻고도 당당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