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_국익으로 포장된 ‘최순실 예산’
‘VIP’(대통령)를 위시한 청와대가 정부 부처들이 여럿 동원되는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TF가 비선 실세들의 이익을 국익으로 포장하는 창구로 쓰인 정황이 확인됐다. <맹자>에 나오는 고사에서 비롯된 ‘농단’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이익과 권력을 독차지한다’는 뜻이다. 국정 농단으로 얻으려던 비선 실세의 이익은 궁극적으로 누구의 이익이었을까.
지난 5월30일 우간다를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우간다 음피지 농업지도자연수원 개원식에 참석한 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내외 등과 함께 코리아에이드 사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이 플레이그라운드의 세부 계약 내용을 살펴본 결과,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2015년 7월20일까지 대표로 있었던 영상제작업체 ‘온디자인에스이’가 동영상 제작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정책에 비선 실세의 측근들 이권까지 개입된 셈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본사 담당 업무 외에 모두 2명의 개인과 2개 업체에 위탁을 준다. 이 가운데 온디자인에스이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및 자막 비용(4400만원) △인쇄교재 제작 비용(1320만원) 명목으로 전체 용역 계약금 9900만원 가운데 가장 많은 계약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플레이그라운드가 정부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고, 다시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연관된 온디자인에스이가 위탁을 받는 방식을 보면 애초 정부의 아프리카 소녀 보건교육 동영상 제작 사업 자체가 이들의 이권을 위해 촘촘히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이 들러리를 섰는데,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K-프로젝트는 ‘코리아에이드’를 일컫는 것으로, 정부는 코리아에이드에 대해 보건·음식·문화 요소를 결합한 한국형 국제개발협력정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보건은 케이메딕(K-Medic·구급차를 이용한 이동형 보건 서비스), 음식은 케이밀(K-Meal·쌀 가공식품과 비빔밥·김치 등 한식 제공), 문화는 케이컬처(K-Culture·개도국 소녀 보건교육)로 부르는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보건 분야를 제외한 음식·문화 분야에서 미르재단 이권 개입 사실이 드러나 ‘국정농단’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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