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퇴장했다. 지난 4년간 그들이 만든 2793건의 법률이 남았다. 적지 않은 법률이 시민 의사에 반하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일부는 불공정한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정작 시민들은 그 법률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는 시민의 의사와 이익을 제대로 대표하지 않았다.
20대 국회가 들어섰다. 앞으로 4년간 이들은 수많은 법안을 발의·심사해 일부를 법률로 만들게 된다. 이에 <한겨레21>은 진심과 야심을 담아 전혀 새로운 일을 벌이기로 했다.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다. 시민 스스로 뽑은 ‘시민 법안’이 올해 말까지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되는지 추적하는 것이 그 뼈대다. 이를 통해 정치와 언론의 고질을 동시에 극복하려 한다.
①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하겠다. 시민의 정당한 요구가 법률로 탄생할 수 있는지, 즉 시민정치의 제도화 가능성을 시민들과 함께 알아보려 한다. 시민정치가 구현되지 않은 대의민주주의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20대 국회가 개살구로 변질되는 일을 막겠다.
② 정치인의 입만 좇는 경마식 보도와 일방적 견해를 알리는 논평식 보도에서 벗어나, 시민이 원하는 쟁점을 정치권으로 밀어올리는 ‘공공저널리즘’을 시도하겠다. 정치를 구경하는 관객의 자리에 시민을 처박아두지 않고, 시민 스스로 주인이 되는 정치 보도를 도모하겠다. 몇몇 지역 언론 또는 인터넷 언론이 이를 도모한 적은 있으나, 중앙 언론이 전국적 이슈를 매개로 본격적인 공공저널리즘을 실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재 기간 등 규모에서도 한국 언론 사상 최대의 공공저널리즘이 될 것이다.
③ 시민들이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을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하겠다. 디지털 시대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기사를 디지털로 유포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에 모인 시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있다. 디지털민주주의에 적합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 집단인 ‘빠흐띠’와 협업해 정치-언론-시민사회를 잇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
④ 시민들의 실제 행동을 조직하는 ‘참여저널리즘’, 나아가 ‘행동저널리즘’을 지향한다. 그저 의견을 모으거나 의견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입법이 구현될 때까지 정당과 국회의원들을 압박하는 시민모임을 조직하겠다. 어쩌면 그것은 국내 최초 ‘이슈 정당’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역시 한국 언론사에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⑤ 일련의 모든 과정을 장기 추적해 친근한 언어로 생생하게 전하는 ‘내러티브 탐사보도’를 선보이겠다. 이를 통해 의회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생생한 민낯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겠다. 법안을 발의, 심사, 의결하는 모든 과정을 추적해 한국 대의민주주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 보도의 전범을 만들고 싶다.
프로젝트는 투표에서 시작된다. 6월7~26일 온라인 투표 페이지( up.parti.xyz)나 <한겨레21> 페이스북 등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법, 전·월세 상한제법,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법, GMO 완전표시제법 등 4개 후보 법안 중 관심 가는 법안에 투표할 수 있다. 최소 ‘2016명’의 시민이 투표를 통해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혀야 ‘시민 법안’을 정치권에 띄울 수 있다.
“국민은 그들의 대표자를 허용하는 순간 자유를 상실한다.” 일찍이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대의민주주의를 허락한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는 지금, 우리가 새로운 실험에 나선 이유다. 취재 서보미·김효실 기자, 편집 신소윤 기자, 디자인 장광석
“국민은 그들의 대표자를 허용하는 순간 자유를 상실한다.” 일찍이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대의민주주의를 허락한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는 지금, 우리가 새로운 실험에 나선 이유다. 취재 서보미·김효실 기자, 편집 신소윤 기자, 디자인 장광석
미국 오하이오주 지역신문 <애크론 비콘 저널>(Akron Beacon Journal)은 1993년 ‘피부색에 관한 질문’(A Question of Color)이라는 연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 가운데 최초로 퓰리처상(1994년 공공서비스 부문)을 받았다. BGSU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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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시민 속의 언론, 공공저널리즘>, 안병길, 커뮤니케이션북스
<공공 저널리즘을 쏘다>, 타니 하스 지음, 김성해 옮김, 한국언론재단
‘시민의제 위주의 하의상달식 선거보도 연구: 시민저널리즘의 이슈를 중심으로’, 김정기, <한국방송학보> 18권 1호
‘대통령 선거 보도의 기사 품질, 심층성, 공공성의 변화: 1992~2012년 국내 주요 신문의 경우’, 박재영·안수찬·박성호, <방송문화연구> 26권 2호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 '바글시민 와글입법' 투표 참여하러 가기 ▶ up.parti.x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