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결지 여성 하루 4.92명 남성과 거래
전국 45곳 집결지에는 모두 4917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결지마다 평균 109.3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었고, 유형별로는 기지촌(한 집결지 평균 142.7명), 유리방(126명), 맥·양줏집/방석집(88.8명), 여관·여인숙(51.9명) 순으로 성매매 여성이 분포했다. 성매매가 ‘집결’한 공간에서 외국인 여성은 드물었다. 기지촌을 제외한 39개 집결지에서 몸을 파는 여성 4061명 가운데 외국인은 중국 국적의 여성 2명뿐이었다. 반면 6곳 기지촌에서는 전체 여성 856명 가운데 외국 여성이 다수(659명·77%)를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절대다수(651명·99.8%)가 필리핀 여성이었다.
집결지가 살아남으려면 남성 ‘고객’이 필요하다. 집결지 성매매 여성은 하루 평균 4.92명의 남성과 ‘거래’를 했다. 집결지 유형마다 여성 1명이 거래한 남성 수도 제각각이었다. 유리방(6.1명), 여관·여인숙(5.7명), 맥·양줏집/방석집(3.6명), 기지촌(1.86명) 순이었다. 한 건의 ‘거래’에 대한 보상도 달랐다. 기지촌(12만6천원), 맥·양줏집/방석집(8만4천원), 유리방(7만원), 여관·여인숙(2만9천원) 순이었다. 평균 거래액은 7만2천원이었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 사이의 수입 배분 실태도 조사했다. 전체 45개 집결지 가운데 21곳은 업주 몫이 여성보다 컸고, 반대로 나머지 3곳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챙기는 지분이 더 컸다. 업주와 여성의 몫이 비슷하다는 집결지도 17곳이었고, 나머지 4곳은 파악이 불가능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실적으로 (성매매 여성이 선불금을 받으면서 생기는) 채무와 변칙적으로 부과되는 각종 경비, 대금, 범칙금 등이 여성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공식적으로 이런 분배 비율이 적용되더라도 그 수익이 온전히 여성들에게 주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집결지가 전 국토에 군데군데 섬처럼 떠 있다면, 성매매 알선 가능 업소는 온 나라의 방방곡곡에 스며들어 있다. 간판은 흔히 노래방이나 미용실 등 합법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적잖은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 보고서는 합법적 영업행위의 이면에서 일부 성매매 알선을 하는 업종을 크게 7개로 나눠 제시했다(표1 참조). 이 업종에 속하는 성매매 여성 인구는 13만7331명으로, 성매매 집결지에 묶인 성매매 여성(4917명)의 30배에 가깝게 많다. 멀리 있는 집창촌보다 실제론 가까운 동네 골목에 훨씬 더 많은 성매매 여성이 ‘잠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란주점 등을 포함하는 일반유흥주점 가운데는 10곳 가운데 5곳 이상(56.5%)에서 여성의 몸을 팔았다. 그다음 나이트클럽 등 무도유흥주점(53.8%), 마사지업소(46.4%), 다방 등 비알콜음료점(35.3%), 노래방(20.1%) 순으로 성매매 알선 비율이 높았다. 이용업소 가운데는 12곳 가운데 1곳 정도(8.2%)만 성매매를 알선해, 그나마 가장 ‘건전한’ 업종인 것으로 풀이됐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소만을 대상으로 집계하면, 업소당 성매매 여성 수는 일반유흥주점(4.38명)이 가장 많았고, 이용업(1.57명)이 가장 적었다. 업종별 성 구매자 수는 마사지업이 하루 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일반유흥주점(3.4명), 기타 미용 관련 서비스업(3.3명), 이용업(2.5명), 노래방(2.4명) 등의 순이었다. 성적 서비스 구매 비용은 무도유흥주점(19만2천 원), 일반유흥주점(16만9천 원), 노래방(16만1천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15만1천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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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보면, 주변 1km 반경 안에 주택가가 있는 성매매 집결지가 34곳(75.6%)이었고, 관공서가 있는 성매매 집결지도 25곳(55.6%)이었다. 심지어 주변 1km 거리 안에 학교가 있는 곳도 절반(24곳·53.3%)을 넘었다. 일부 성매매 공간은 청소년에게도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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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성매매 121만 건
보고서는 이른바 ‘변종형 업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를 비롯해, 그 밖에 인터넷 및 해외 성매매 등에 대한 추계도 담았다. 이를 보면 키스방·대딸방·화상방 등 전통적 성매매 알선 가능 업소 범주에 속하지 않는 변종 성매매 업소에서는 2010년 한 해 166만 건의 성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온라인 채팅이나 성매매 알선 누리집을 통해 이뤄지는 성매매 건수는 121만 건, 해외 성매매 거래 건수는 94만 건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4천만 건이 넘는 성매매 건수는 전국 곳곳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표2 참조).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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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사했나?
집결지 현장조사+알선업소 면담조사
대상 영역에 따라 조사 방법이 달랐다. 우선 전국 45곳의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서는 현장 상담소 등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이를테면 서울 용산역 앞 홍등가의 조사는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 상담 등의 활동을 벌이는 막달레나 공동체의 도움을 받았고, 전북의 성매매 집결지 4곳에 대한 현장조사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현장상담센터에서 맡았다. 이렇게 전국 25곳 여성인권단체들이 힘을 보탠 결과, 성매매 집결지 45곳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집결지 현황은 물론, 업주와 여성의 수익 배분 같은 상세한 정보가 모아질 수 있었다.
성매매 알선 업소 조사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여러 업종 가운데 가장 사업체가 많은 일반유흥주점의 예를 보면, 일단 2008년 통계청에 일반유흥주점업으로 등록된 전국 3만1623개 업체의 지역별 분포를 분석한 뒤, 그 분포 비율에 맞춰 지역별로 표본이 되는 업소를 임의로 골라냈다. 이에 따라 서울 130곳, 광역시 214곳, 중소도시 337곳, 농어촌 112곳 등 전체 793곳의 일반유흥주점이 표본으로 선정됐다. 그다음 이들 업소를 직접 방문한 조사자가 업소 관계자를 면접조사하는 방식으로 성매매 알선 여부, 성매매 거래 단가, 여성 종사자 수 등을 확인했다. 물론 조사 방법에 한계는 있었다. 보고서는 “솔직한 응답은 곧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업주 등 응답자가 성매매 여부를 사실대로 답변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본다. …(또 반대로) 손님을 가장해서 실시한 전화 모니터링에서는 업주 등 응답자가 접객원 수를 과장해서 답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변종·인터넷·해외 성매매 등에 대해서는 성매매 제공 업소를 대상으로 직접 현장을 조사하는 방법 대신, 여성가족부에서 2010년에 실시한 남성 구매자 설문조사의 내용을 토대로 해당 업종의 규모를 역으로 추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따라서 해당 분야의 성매매 종사자 수나 관련 업소 수 등의 정보가 모아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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