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에 한국군 총 맞고 새겨진 상처가 남아 있어요”제1495호 한국군 청룡부대가 쏜 총에 옆구리를 맞아 쏟아진 장기를 부여잡고 도망쳐 간신히 살아난 당시 여덟 살 아이가 다시 대한민국을 상대로 법정에서 다퉈야 한다. 1968년 2월12일 응우옌티탄은 베트남 꽝남성 퐁니마을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총소리를 들었다. 겁에 질린 아이들은 작은 동굴에 숨었지만 금세 한국...
할머니의 잘린 다리가 증언하는데…꽃으로 피를 덮은들제1493호 짓무른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올해 85살의 쯔엉티투 할머니는 총을 맞아 잘린 다리와 수류탄 파편을 맞은 엉덩이 등의 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침상에 누워 지낸다. 아픈 몸보다 먼저 떠나보낸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그의 가슴을 쇳덩이처럼 짓누른다. 1968년 ...
휴다방, 추우나 더우나 길 위의 사람은 오세요제1491호 365일 24시간 문 여는 휴다방을 아십니까?수도권에 첫눈이 내리고 온 나라의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간 2023년 11월17일 밤, 주차장 한편에 세워진 컨테이너하우스가 거리의 노동자들을 따뜻한 불빛으로 맞이한다. 술자리를 파하고 귀갓길을 재촉하기엔 좀 이른 밤 10시,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이동노동자쉼...
집사야, 한 바퀴 더 돌까?제1489호 토르, 룽자, 세상, 몽이가 호숫가를 달린다. 엄마, 아빠, 누나 등 반려인도 함께 달린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초록이 붉게 물든 2023년 10월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에서 반려견 축제 ‘펫츠런’(Pets Run)이 열렸다. ‘산책으로 기부를’이란 구호를 앞세...
수천년 살아남은 자이언트세쿼이아 다음 화마는 견딜 수 있을까제1487호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거인나무 숲에 화마가 들이닥쳤다. 건물 30층 높이의 자이언트세쿼이아(Giant Sequoia) 500여 그루가 밀집한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국립공원 남쪽의 마리포사 숲에 2022년 7월 불길이 번졌다. ‘워시번(Washburn) 화재’라는 이 불로...
수천년의 땅, 수십년의 농사, 수년의 아파트제1485호 올벼(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를 찧어 지은 밥을 조상님께 바치는 추석이 한참 전이고,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10월8일)도 지났다. 철든(‘계절을 아는’이란 말에서 유래) 농부라면 가을걷이를 마쳤어야 했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10월24일)을 앞두고 2023년 10월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87세 반짝이 조끼도 71세 물방울 치마도 다함께 차차차제1483호 빨간 나비넥타이에 반짝이 조끼를 입은 최명천(87) 선수와 물방울무늬 치마를 입은 천명수(71) 선수가 사뿐사뿐 발을 옮기며 몸을 뒤튼다. 한 손을 맞잡은 채 다른 손으로 리듬에 맞춰 허공을 찌르며 몸을 돌린다. 두 선수가 댄스스포츠 라틴댄스 종목 중 가장 빠르고 경쾌한 ‘차차차’를 한 몸처럼 펼쳐 보였다....
가장 무장된 공간에서 평화를 일깨우다제1481호 아이들이 달린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연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다. 언덕 한복판엔 위장한 군사시설을 찍은 사진들이 서 있고, 그 뒤 언덕마루엔 두 손 잡고 마주한 조형물이 섰다. 오른쪽 비탈엔 북녘 하늘을 향해 땅을 뚫고 나온 거인 형상이 늘어서 있다. 전쟁 통에 북쪽을 떠나 남쪽에 터 잡은 실향민들이 추석...
2023년의 마이크 2001년의 철로제1479호 휠체어 장애인이 버스에 타려면 몇 차례 난관을 거쳐야 한다. 먼저 정류장에 선 버스가 계단이 없는 전동경사로를 갖춘 저상버스인지 확인해야 한다. 저상버스가 정거장에 서면 운전기사에게 휠체어 장애인이 탈 것을 알리고, 차도와 인도 사이 턱에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 버스가 인도에서 떨어져 주차하면 경사로가...
윤 대통령이 불러온 ‘데자뷔’…우리는 평화로 가지요제1477호 “여길 언제 왔었지? 제법 익숙한데….” 어느 골목 어귀에 들어섰을 때 불현듯 이런 느낌이 들곤 한다. 이렇게 처음 맞는 장소•장면•경험을 이미 겪었던 것으로 느끼는 심리상태를 데자뷔(Deja-vu), 즉 우리말로는 기시감이라고 한다.현대 의학에선 이런 현상을 ‘과거에 보고 싶어 했던 것’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