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미숙아 제이슨…“부모는 없었지만, 혼자는 아니었어요”제1461호 “우리, 제발 그만해요.” 간호사가 내게 외쳤다. 벌써 세 번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비해 차가운 말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심박수가 40~60 정도로 아직 심장이 뛰고 있어요. 심박수가 저리 낮은데도 아기는 자가호흡을 하고 종종 움직임도 보입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어요.”서른 명이 ...
10대 약물중독, 왜 그걸 물어보지 않았을까제1458호 영화 <해리 포터>에 나오는 해그리드가 소방관이 되면 저런 모습일까.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린 구불거리는 수염, 하얀 반팔 셔츠와 헐렁한 멜빵바지가 꽤 잘 어울리는 응급 의료요원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커다랗고 두툼한 손에는 희멀건 아기 싸개가 들려 있었다. 멍하니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다 ...
목에 방울을 달고 나온 아기제1451호 병원 복도는 불빛으로 번들거렸다. 한 손에는 반쯤 찬 스마트워터 물병이 찰랑대고 있었다. 크록스 신발이 바닥을 칠 때마다 불빛이 춤춰 콧노래를 더 신나게 북돋워줬다. 한가로운 일요일 밤을 홀로 즐기기가 아까웠는지 내 발은 산부인과 데스크를 향했다. 산부인과 수간호사 앤드리아가 나를 보자마자 화색을 띠며 마침…
‘태어난 순간부터’ 아니라 ‘태어남’ 자체가 부모 따라제1448호 *글에 나오는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1. 엠마는 상큼한 바닷바람이 감싸는 어느 부촌의 병원에서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는 직장에서 제공하는 사립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의사와 차근차근 임신과 출산을 계획했다. 출산 당일, 엄마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
“누구도 혼자 죽어서는 안 되잖아요”제1445호 컴컴한 병실에 들어서자 니콜이 고개를 들었다. 입술을 앙다문 채 물기 가득 찬 눈으로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니콜의 품에는 1㎏도 채 안 되는 손바닥만 한 아기가 안겨 있었다. 떨리는 손을 겨우 뻗어 가녀린 니콜의 어깨를 꼭 감쌌다. 꺼진 모니터 옆에 걸린 청진기를 내려 아기의 가슴에 올렸다. 두 눈을 ...
24시간 안에 두 번의 기적이 일어날 확률제1442호 한가로운 아침, 출근하자마자 산부인과에서 호출이 왔다. 곧 23주 태아를 분만할 예정이라고. 쌍둥이 중 첫째가 이미 자연분만으로 나와 숨졌다고 했다. 둘째는 아직 엄마가 배 속에 품고 있으나 상태가 좋지 않아 제왕절개로 낳을 거라는 마음 아픈 소식을 전했다. 산부인과 병실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자연주의 출산, 아름다운 꿈제1439호 샹들리에의 은은한 불빛이 온 방을 한껏 비추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촛불 사이사이를 산들산들 간지럽혔다. 방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파란 고무풀장은 찰랑찰랑 가득 채운 물과 배가 부른 임신부를 품고 있었다. 아기의 아빠는 엄마 뒤에 앉아 함께 호흡을 맞춰줬다. 조산사가 나긋하게 속삭이듯 말했...
죽음을 예약한 탄생제1436호 차가운 수술실에 누운 엄마의 생살이 메스로 날카롭게 잘려나갔다. 선홍빛 피가 순식간에 흘러내렸다. 노란 버터 빛깔의 지방층을 지나 벌건 근육이 고개를 내밀었다. 근육의 결대로 복근이 갈리고 분홍색 아기집이 드러났다. 다시 메스로 얇게 베자 선명한 빨간색의 피가 튀었다. 산부인과 의사의 손이 자궁 안으로 쑥 ...
매번 엉엉 울어버리고 마는걸제1433호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아기가 많이 아파요. 진짜 곧 죽을 수도 있어요. 이제 몇 분, 아니면 몇 시간 남지 않았어요.” 이상한 울음 우는 엄마, 하얗게 변한 아빠 사형 선고가 내려지면 죄수들의 표정이 그럴까. 부모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졌다. 엄마는 목구멍 안으로 기어드는 듯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