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별하는 법제1093호“엄마가 넘어져서 많이 다쳤다. 누워 있어.” 미국 뉴욕의 만화가 라즈 채스트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는다. 집 안에서 보스로 군림하고 있는 어머니. 그분만은 언제나 괜찮을 것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자 ‘소화전’같이 튼실한 체격의 어머니조차 주저앉게 하였다…
엄마를 기억하기 위하여제1091호사라 레빗의 어머니 미리암은 1998년 치매 판정을 받았다. 치매는 52살의 쾌활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서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잠식했다. 그녀의 언어와 지각 능력은 시들어갔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의미가 점차 하얗게 가리어졌다. 급기야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됐으며,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렸다. ...
역사, 불편한 인간의 발자취제1089호어쩌다 ‘역사’라는 고상한 학문이 싸구려 콘텐츠의 해설자이자 정치권의 선동 도구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때문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장점도 있지만, 온갖 매체에서 가볍게 던져주는 사학자의 결과물 한두 줄을 넙죽 받아먹고는 그것이 역사의 전부인 양 착각하면 곤란하다. 역사는 먹기 쉬운 달콤한 …
‘우주로 가는 배’를 본 적 있니제1086호지구는 이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별이 되었다. 그래, 결국 이런 날이 오고 말았어. 조상 대대로 해먹어왔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갑작스러운 지구의 영업 중단 선언으로 인류의 앞날은 막막하기만 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다방면으로 방안을 모색했다. 다행스럽게도 과학자들은 1만 ...
그들은 시민이 아니었네제1083호1988년 8월6일, 미국 뉴욕 톰킨스스퀘어 공원. 깊은 어둠이 깔리고 자정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공원에 모인 사람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노숙자와 부랑아, 그리고 빈민이 점거한 톰킨스스퀘어 공원은 범죄의 온상이자 도시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며칠 전부터 야간 통행이 금지됐다....
과학적 방법론, 동료들과 웃으면서 걷는 것제1074호“원자폭탄 제조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연합군은 승리할 겁니다. 반면 성공한다면 국가 간의 신뢰와 신용이 무너져 결국 연합은 해체되고 말 겁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미국과 영국, 소련, 독일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대다수 과학자는 국가의 요구에 말없이 따랐으나, 덴마크의 한 물리학자는 핵…
대사 없이 배경이 말을 거네제1070호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을 귀담아들은 적이 있는가? 그의 젊음과 꿈, 희망과 좌절이 묻어나는 내밀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여기 하나의 작품이 있다. 어느 날 한 아들이 아버지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고, 아버지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둘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대화했다. 그리...
환자 편에서 쓴 정신병동제1067호47살의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심각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던 그는 타인과 기본적인 대화조차 버거웠다. 마음속으로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지만 아무도 그를 따스하게 안아주지 않았다. 모두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 그를 거부했다. 그에게도 꿈이 있었다. 정신병동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
좋은 책은 좋은 관계에서 나온다제1064호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1986년,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사진가 디디에 르페브르에게 아프가니스탄 의료봉사자들의 활동을 사진으로 담아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는 ‘망설임 없이’ 짐을 꾸렸다. 3개월간의 험난했던 여정을 마치고 그의 손에 남게 된 필름 130통. 그중 여섯 장은 프랑스 주요...
감히 루브르에 만화를제1061호2005년, 연간 방문객 750만 명을 자랑하는 루브르박물관에서는 프랑스 문화계가 깜짝 놀랄 만한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수준 높은 편집과 실험적 기획으로 유명한 퓌튀로폴리스 출판사와 함께 루브르의 성문을 만화계에 활짝 열겠다고 한 것이다. 이른바 ‘루브르 만화 컬렉션’의 탄생이다. 이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