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사람들 혼자 두지 않으려고제1071호바르고 착하게 생긴 사람이 변호사라 했다. 그와 친분 있는 노동자들은 무엇이 궁금한지 물었다. “사법고시 그거 어렵다는데 한 번에 붙었습니까?” 질문이 유치하구만, 생각했다. 그러나 나 또한 인터뷰에 응한 정기호 변호사에게 물었다. “공부 잘했지요?” 그는 손사래를 쳤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당신의 유전자를 건드려 세상에 위로를 꺼냅니다제1069호소설을 읽을 때마다 위안을 받는다. 그 안에는 소외되고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사는 자들의 생활이 있고 이렇게 굴러가면 안 될 것 같은 비틀린 현실이 있다. 무심코 읽은 한 문장에 마음이 둔중하게 울린다. 마음속에 종이 한 장이 있다면, 세상을 살기 위해 애써 상처받지 않은 척하려고 잘 접어둔 종이가 소설을 읽는 동안...
“창업은 과학입니다”제1067호“똑똑하고 알뜰한 당신이라면, 돌아오는 혜택이 가장 큰 카드를 쓰세요.” 금융상품 추천 플랫폼 ‘뱅크샐러드’(www.banksalad.com) 홈페이지에 가면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문구다. 김태훈(30) 대표는 3년 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레이니스트’를 설립하고 1년 전부...
눈 맑게 뜬 삶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제1064호농성장 먹거리가 풍부하긴 힘들다. 거리에서 천막 치고 사는 삶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은 여름에는 가자미 물회가 나오고 날이 쌀쌀해지면 과메기가 등장하는 곳이다. 농성장을 찾는 손님들 배곯게 하지 않겠다는 억척스러움이 있다. 그 억척스러움을 주도하는 이는 ‘선이 이모’(김선이…
‘괜찮은 어른’ 되려고 펜 들고 싸웁니다제1062호5월2일, 동국대학교 18대 총장으로 한태식 교수(보광 스님)가 선출됐다.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거쳐온 결과였다. 지난해 12월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등이 다른 총장 후보였던 김희옥 전 총장에게 후보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광 스님은 유일한 후보가 됐다...
슈퍼히어로들, 내 손에서 나왔어요제1060호2008년, 한국에서 처음 영화 <아이언맨>이 개봉했다.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를 떠나) 아이언맨이 악을 무너뜨리는 극적인 스토리와 그가 자아내는 믿을 수 없는 능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이었다.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고 덕분에 피규어를 비롯한 관련...
“우리, 용기를 가져도 되겠다”제1057호“엄마, 배가 출발해.” 이 문장을 읽는데, 눈이 뜨거워졌다. 이게 뭐라고, 가장 슬픈 문장이 되었다.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은 출항을 기다렸다. 배가 움직이자 저마다 소식을 알렸다. 누구에게는 세상에 마지막 전한 말이었다. 배가 가라앉고 수백 명이 죽었다. 죽은 학생들의 부모들은 가슴을 쳤다. ...
영원히 묵묵히, 내가 있어야 할 곳제1056호‘노진원(1970년 4월21일~현재)은 대한민국의 연극배우 겸 영화인이다.’ 한 문장 안에 오롯이 한 사람의 삶을 다 담을 수 있을까. 위키피디아에는 노진원씨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군더더기 없는 딱 저 한 문장이 그를 말하고 있다. 지난 3월3일 ...
외로움을 마주하자 이왕이면 명랑하게제1054호2012년, 서울 마포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0일. 6명이 목숨을 끊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0일에 불과했다. 사건은 연일 크게 보도됐고, 스스로 삶을 등진 이들을 두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을 마주했다. 누군가는 슬퍼하며 미안...
어진이 카메라를 들면 밀양이 웃는다제1052호“제가 밀양 와서 늙었어요. 옛날 사진을 보면 학생다웠는데.” 그렇게 말하는 어진의 나이가 올해 스물. 학생이었던 ‘옛날’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어진은 경남 밀양에 왔다. 그리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스무 살 “여기 와서 늙었어요” 2013년 10월, 당시 밀양은 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