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에서 첫 경선이 이뤄질 뻔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는 여러 후보자가 등록하면 전형위원회에서 한 명의 후보로 좁혀 정기대의원총회에 올렸다. 대의원 110여 명이 모인 총회에서는 사실상 추대 절차를 밟았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엔 사전 심의에서 후보 2명을 올렸다. 다른 한 분이 총회 전에 물러나면서 경선을 피할 수 있었다. 나도 고민이 많았다. 마을모임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마을모임이 뭔가. 1990년 과천의 한 놀이터에서 동갑내기 아이엄마를 만났다. 그의 시어머니가 한살림 마을모임을 이끌고 있었다. 그분의 권유로 한살림에 가입했는데, 5가구 이상 조합원이 모이면 공동배달로 물품을 받을 수 있었다. 달걀, 쌀, 포도, 배, 고기 등등. 그중 가장 사랑한 물품이 매실청이었다. 매실청 음료를 담은 젖병을 물리면, 아이 변비가 사라졌다. 매주 그 시어머니 댁에 모여, 배달된 물품을 나누면서 이야기했다. 그게 마을모임이었다. 물품 공동구매 말고 다른 활동도 했나.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아이 다섯을 서로 돌봤다. ‘공동육아’란 말조차 없을 때였다. 참 친하게 지냈다. 시어머니 이름이 김금숙님이었는데, 고마움을 늘 잊지 못한다. 서른두 살 된 우리 큰아이는 과일 사이에 들어 있던 손편지를 아직도 기억한다. “못생기고 맛없는 유기농 사과지만, 자꾸 먹어주시면 맛있는 유기농 사과를 만들겠다”는 풋풋한 내용이었다. 배송일 하루 줄이는 목표 추진 중 한살림은 1986년 강원도 횡성 농부들의 유기농 쌀을 파는 서울 제기동의 작은 가게로 시작했다. 1988년엔 소비자 68명이 출자해 참기름, 유정란 등 10가지 물품을 공급하는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은 그로부터 10여 년 지나 1998년에 제정됐다. 한살림이 있었기에 생협법이 뒤따라 생길 수 있었다. 한살림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을 4대 생협이라 한다. 4대 생협의 총매출은 1조원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 매출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공통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겨레21> 기자도 여럿 한살림 조합원이다. 한살림을 아끼지만, 서비스 불만이 적지 않더라. 배송 불만이 클 것이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시대라고들 하지 않나. 우리도 조합원의 편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야 한다. 하지만 한살림에서 새벽배송은 불가능하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존중해야 한다. 당장은 배송일을 하루 줄이자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용인의 일부 매장에서는 전화통화로 당일 배송을 받을 수 있다. 구매 물품이 5만원 이상이면 배송비가 무료다. 하루 배송 업무를 줄인다고 배송 불만이 줄어들까. 거꾸로, 새벽배송의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물품 하나에 아이스박스 하나씩, 쓰레기가 너무 많다. 몇 번 이용하다가 죄책감을 느껴 그만뒀다는 생협 조합원들도 있다. 무리하게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일본 생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아름다운 결품’이라는 말을 한다. 왜 특정 품목이 빠졌는지, 왜 빠르게 배송 못하는지, 조합원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는데, 조합원들과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자고 직원들과 이야기한다. 매장에서 친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더라.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과 용인·성남 지역에선 ‘자주 관리 매장’을 운영한다. 매장에서 각자 서비스 목표를 정해 스스로 실천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매장을 찾는 조합원들도 매장에서 일하는 분들한테 모시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살림에서는 ‘모심’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 서로 섬기는 마음.
한살림 매장에서 촬영한 조완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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