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윤 기자가 6월28일 저녁 집에서 유튜브 홈트레이닝 콘텐츠 를 보면서 운동하고 있다.
나는 몸에 좋을 리 없는 떡볶이를 빈도로 보나 양으로 보나 과하게 먹는다. 떡볶이를 과식한 뒤에는 좀체 몸을 움직이지 않고, 부정적 감정이 들 때면 다시 떡볶이로 위로받는 ‘악습관’을 꽤 오랜 시간 이어왔다. 이번주 내리 사흘 떡볶이를 먹은 뒤 사흘 내내 홈트를 작파한 것도 익숙한 습관의 반복이었을 뿐이다. 단맛을 싫어하고 식사량도 그리 많지 않은 내가 자꾸 ‘붓는’ 건 상당 부분 ‘떡볶이 먹고 널브러지기’의 영향이 크다. 다노 언니가 말하는 “상습적 폭식, 운동 기피, 낮은 자존감, 부정적 자아상 패턴”을 바꾸려면 내 경우 떡볶이로부터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게 1순위인 셈이다. ‘음식 80 대 운동 20’이라지만 다노 언니 책에 인용된 통계를 보자. 한국 여성의 90%는 다이어트를 계획 중이고, 그중 95%는 시도해본 적 있고, 70%는 진행 중이고, 20%만이 단기적으로 성공하고, 5% 미만이 5년 이상 성공을 유지한다. 나는 수년간 반복적으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온 ‘단기적으로 성공하는 20%’에 속한다. 다노 언니는 “습관 성형에 필요한 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절대 개선되지 않을 것 같은 고질적이고 오래된 습관도 고칠 수 있다”고 확신을 불어넣는다. 다노 언니 목소리에 한 달 내내 ‘팔랑귀’였던 나는, 앞으로도 왠지 ‘포기’는 안 할 것 같은, 적소성대하여 ‘5년 이상 성공을 유지하는 5% 미만’이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들떠 있다. 홈트를 시작한 뒤 체중은 가파른 상승세를 멈추고 ‘-0.5~-1㎏’ 사이를 오가는 중이다. 폭발을 앞둔 화산처럼 ‘꿀렁’거리던 허벅지 셀룰라이트는 육안상 미세하게 활동을 멈춘 느낌이다. 사실 체중 감소는 ‘음식 80 대 운동 20’이라는 말이 있다. 3주간 홈트를 했지만 체중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체력 증진’에 초점을 맞췄다는 핑계로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은 탓이 크다. 대신 <다노티비> ‘환골탈태’와 ‘영혼탈곡’ 프로그램을 연거푸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은 확실히 좋아졌다. ‘뚜둑 뚜둑’ 옆지기가 골절인 줄 알고 놀라던 뼈마디 소음이 줄었고, 탈곡기에 낟알 털리듯 심신이 ‘탈탈 탈탈’ 털리는 듯하던 ‘홈트 뒤 기진맥진’ 현상도 상당히(는 주관적 척도다) 개선됐다. 등산, 수영, 달리기 같은 ‘다른 운동’에 관심이 생긴 것 역시 꽤 미래지향적인 변화다. 특히 화석이 된 질주 본능을 일깨워 달리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열망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기사에서 몸에 밴 겸양 탓에 ‘몸치’인 척했지만(이라고 아무 말이나 써본다), 사실 나는 한때 육상선수였다. 초등학교 때 많은 여학생이 흠모했던 초절정 인기 남학생이 나를 “아, 걔, 달리기 잘하는 애?”(“야, 나, ‘그땐’ 얼굴도 예뻤거든?”이라고 속으로 울어본다)로 기억할 정도로 ‘뜀박질 셀러브리티’였다. <마녀체력> 이영미 작가의 조언에 따라 달리기 사전정지 작업으로 예쁜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내재적 저항감을 희석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신는 러닝화는 제화업계에서도 관심거리다. 2015년 아땡땡(아땡땡땡이 아님에 유의하자!)에 이어 브땡땡이 2위를 차지했다. 수입업자가 브땡땡을 잔뜩 들여왔으나, 한국인에게 낯선 브랜드라 판매가 부진했다는 슬픈 전설이 파다하다. 그리하여 해외 직구를 해도 100달러(약 11만원)가 가뿐히 넘는 브땡땡 러닝화가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 무려 ‘2만9천원’에 풀렸으니… 나도 냉큼 질렀다. 4주만 더? f< 마음은 이미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발선에 서 있으니 ‘일단 뛰어!’는 되지 않을까 싶지만, 기사로 쓰는 건 다른 차원이다. ‘작심 4주’ 애독자 세 명 중 ‘불의의 한 명’이던 편집장은 “‘4주만 더’를 쓰면 다음주에 휴가 보내주겠다”고 ‘초딩한테도 안 먹히는 사탕발림’을 하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라 그런지 ‘마감 껌’ 하나를 주면서도 “‘4주만 더’ 쓰면 주겠다”고 집요하게, 혹은 치사하게 물고 늘어졌다. “편집장님, 저는 다시 ‘기사 보릿고개’가 올 때까지는 좀, 되도록 영원히, 몸개그는 자중할 생각입니다. 편집장님을 본받아 훌륭한 탐사보도 기자로 거듭나고 싶습니다(살려주세요ㅠㅠ)!!!”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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