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 향년 83살로 타계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 한겨레
지난해 1월1일 다카하타가 지인들에게 다음 내용의 연하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공평하고 자유로우며 평온한 생활이 가능한 국가. 국외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국가 어디에도 원전이나 외국군이 없는 현명하고 강인한 외교로 평화를 유지하는 국가. 그런 국가에서 나는 죽고 싶습니다.” 다카하타는 현재 일본의 모습에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 ‘공평’ ‘자유’ ‘평온한 생활’을 빼앗는 전쟁을 용인하려는 정권을 우려했다. 현재 모리토모학원 문제로 레임덕(지도력 공백) 상태에 빠진 아베 신조 정권은 그럼에도 헌법 개정을 위해 나서고 있다. 전력(군대)을 가진 ‘보통 국가’가 되겠다고 호소한다. 다카하타는 그런 움직임에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다카하타는 생전 <가나가와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국가’가 될 필요 없다. (일본은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 독특한 국가로 남아야 한다.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면, 반드시 전쟁을 하는 국가가 된다. (아베 정권이) 내각회의의 결정으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해 헌법 제9조(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헌법 조문)가 돌연 파괴됐다. 우리는 예전에 없을 정도로 놀랄 만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전쟁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즉 지금이 중요하다.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는 이에 휩쓸리고 만다. 그렇기에 작은 제동장치가 아닌 절대적인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헌법 제9조다.” 안타까운 거장의 죽음 다카하타가 학생 시절에 감명받았던 프랑스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폴 그리모 감독의 <사팔뜨기 폭군>이었다. 사람들이 권력의 횡포에 맞서 자유를 갈구하며 비상하는 이야기다. 다카하타는 이 작품을 보고 “애니메이션이 사상과 사회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다카하타의 애니메이션은 굽힘 없이, 시대에 휩쓸리는 일 없이 세상에 끊임없는 경종을 울려왔다. 그래서 일본이 위험한 길로 방향타를 꺾으려는 지금, 더욱 우리에겐 다카하타의 애니메이션이 필요하다. ‘거장’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야스다 고이치 일본 독립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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